아이랑 사는 이야기

태아 물콩팥증과 신장 기형

sofi 2021. 6. 2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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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에 진행된 정밀 초음파를 마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전화가 왔다.
왼쪽 신장에 이상소견이 보여서, 큰 병원 가서 더 자세히 초음파 봐야겠다고.

내가 다니던 Peace Arch는 지방 작은 동네 종합 병원 급이었고, 밴쿠버에 있는 BC Women’s에 가보라며 referral 해주겠다고 한지 한 1주일 만에 다음 주에 오라고 연락이 왔다! 진짜 여기 일처리 속도 치고 엄청 빨리 온 거였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직전, 비가 엄청 많이 오던 날 아침 일찍부터 부랴 부랴 밴쿠버로 떠났다.

가기 전에는 큰 걱정하지 않았다. 신장이란 어차피 하나만 제대로 작동해도 살 수 있는 장기이고, 어차피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스트레스받는 거 자체가 태아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 같았기 때문이다.

튼튼이 22주차 


아침도 거르고 부랴 부랴 간 병원에서 엄청 친절한 초음파 기사님과 한 한 시간 동안 튼튼이를 열심히 보았고, 이따가 다시 오라고 했는데, 나가서 식사를 하려고 오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갔다가, 다시 오라고 호출을 받아서 또 갔다.

이렇게 두 번에 걸친 초음파 세션 다음에는 Fetal Diagnostics 예약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geneticisit는 정말 냉정하고 청천 병력 같은 소리만 했다. 지금 보면 정말 어이없는 소리 들인데, 같이 만난 genetic counsellor에 설명에 의하면, 튼튼이는 콩팥과 요관이 양쪽에 두 개씩 있다고 했다. 그중에 왼쪽 상단이 제일 비대해져 있고, 나머지도 정상적인 사이즈는 아니라고 했다. 또 요관도 비대해짐이 보였는데, 이게 제대로 방광에 연결되어 있는지는 지금으로 서는 알 수가 없다고……

그런데 여기서 geneticisit가 하는 말이, 이게 유전일지도 모르고, 이것이 다른 기형에 일부 일지도 모르니까 amniocentesis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출처: scientificanimations.com

Amniocentesis란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위해서 양수를 채취해서 검사한다. 1%의 확률로 유산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걸 들었을 때 난 22주 차였고, 덜컥 겁이 났다. 이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거 아니야? 그리고 그 의사의 말을 더 들어 보니,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 뇌 발달이나 다른 장기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능이나 발달 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검사를 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물어봤다. 그래서 돌아온 대답은 결과에 따라, 여기서 임신을 중단하는 걸 고려해 보라고…

이걸 처음 들었을 때 머리를 띵 하고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내가 살기 위해 먹었던 약들 때문인가.. 아님 괜찮다고 마셨던 커피?

하지만 나의 남편은 생각보다 침착했고, 단호하게 우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약을 위해서 우리 튼튼이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고, 만약 검사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중절은 우리에게 선택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우리의 선택을 뒷 바쳐준 생각은, 만약에 우리에게 다른 천사가 와 준다 해도, 모든 게 정상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기선 다시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라고 했고, 우리는 다음 appointment 였던, maternal fetal medicine으로 향했다.

거기선 좀 더 친절한 간호사와 의사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며, 만약의 경우를 설명해 줬는데…

지금은 태아의 신장은 기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 태아에게 딱히 큰 위험은 없고, 양수도 충분하니, 출산을 일찍 해야 하거나 하진 않을 거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점점 소변이 복수로 차서 복부 팽만이 오거나 배 둘레가 점점 커지면, 자연분만은 힘들 거고 39주에 맞춰서 제왕절개 한 다음 필요하면 튼튼이는 바로 수술하던지 아니면 검사하던지 하자고…

지금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4주에 한 번씩 초음파 보고, 상황을 지켜본 후 말기에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는 이건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튼튼이한테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가끔 신장이 만들어질 때 세포 융합에 오류가 나면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나도 가기 전에 공부는 하고 갔다. 신장 기형은 전체 출산에 1% 정도 미치는 꽤 흔한 기형이었고,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geneticist 때문에 놀란 마음 다시 부여잡고, 집에 가려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로비에서 펑펑 울고 있는 산모분을 보았다… 그리고 든 생각은, 저분은 얼마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을까.. 하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우리는 그래도 열심히 공부도 하고, 의사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 걸러서 들을 수 있는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금방 추스르고 마음 잡을 수 있었는데.. 저분들은 얼마나 두렵고, 아가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까..

돌아오는 길, 예보에도 없던 눈이 정말 펑펑 내렸다. 그래서 교통이 혼잡에 질까 정말 부랴 부랴 왔는데, 우리 동네 오니까, 눈은 흔적도 없었다. 우리의 고민도 이렇게 사라지길 바랬다.
그 후로 4주 뒤, 우리는 또 한 번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갔는데, 그때는 또 오른쪽은 정상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왼쪽도 심해지지는 않는 거 같아 보이고, 요관도 정상 같아 보인다고, 다음 초음파는 8주 뒤에 보고, 그때 출산 계획하자고 했다.

튼튼이 26주 차



그동안 매일 기도한 보람이 있는 걸까!! 정말 임신하고 들었던 소식 중 가장 기쁜 소식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아무것도 정확한 건 없기 때문에, 나와봐야 더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더 심해지지 않고, 심지어 좋아져 보인다는 건 우리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건강하게 아이를 낳기 위해 운동을 꼬박꼬박 하려고 노력했다, 식이조절도 열심히 했다. 물론, 맛있는 걸 먹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칼로리를 먹기 위해 노력했고, 진짜 내 인생에서 가장 꼬박꼬박 식이섬유 가득한 야채를 챙겨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 초음파,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다. 그동안 배도 많이 불러와서, 양수는 확실히 충분한 거 같아서 희망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은, 양쪽이 기형인 것도 맞고, 비대해짐도 있지만, 오른쪽은 거의 보통 사이즈 같고, 왼쪽도 아랫부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거 같음으로, 지금으로서는 그냥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연분만을 해도 될 거 같다고 했다.

튼튼이 34주차 


언제 나오나 기다리는 것보다는, 날짜를 알고 계획된 출산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자연 분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튼튼이가 아주 건강하다는 뜻임으로 정말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Peace Arch는 Pediatrician이 항상 상주하고 있지 않음으로, Langley Memorial에서 낳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는데.. 낳자마자 검사받고 일주일 안으로 신장 초음파와 VCUG 검사를 해야 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maternity clinic을 옮겼는데, 하아.. 이것이 나에겐 나중에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튼튼이는 지금 생후 2개월 차가 되었고, 소변도 잘 보도 밥도 잘 먹고, 하루하루 다르게 무럭무럭 크는 엄청나게 튼튼한 아기가 되었다 한다!

그러니 다른 산모분들, 병원 말 다 믿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우리 아가들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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