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사는 이야기

제왕절개 후기

sofi 2021. 7. 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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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안정기가 지나고, 점점 임신 후반으로 갈수록 날 두려움에 떨게 했던 것들은 다름 아닌 수만은 정말 무시 무시하게 들렸던 출산 후기들 이였다. 

회음부 절개라던가, 회음부 열상, 한 달 이상 지속된다는 오로 배출 등.. 정말 끔찍함 뒤에 끔찍함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양수가 갑자기 터지면 카펫이나 소파 이런 거 어떡하지라는 엄청 쓸 때 없는 걱정도 함께..

그래서 솔직히 난 자연분만을 딱히 원하지 않고, 선택권이 있었다면 제왕절개를 선택했을 것이었다. 일단 언제 나올지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모든 것이 예측할 수 있는 선에서 이루어지니까. 그리고 산부인과 전문의를 공부하던 지인이 꼭 기회가 된다면 제왕절개 하라고, 자연 분만한 뒤 회음부 꼬매 주는 것도 엄청 대충 빨리 해주고, 나중에 늙었을 때 요실금 이런 문제도 생기는 게 빈번하다고. 

그리고 남편이 퇴근할 때 어떨 때는 1시간 반도 넘게 걸림으로, 남편 없이 출산하러 갈지도 모르는 걱정도 안 해도 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라 무료인 캐나다에서는 선택권이 없었고, 처음에 튼튼이 신장에 문제가 발견됐을 때는 제왕절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가, 다행히 튼튼이가 잘 커주면서 다시 그냥 자연 분만하는 걸로 결정. 심지어 유도 분만 조차 필요 없다고 해서, 난 제왕절개의 꿈은 접었는데.. 이렇게 응급 제왕절개를 할 줄이야.. 심지어 진통이란 진통은 다하고..

다행인 건, 여기선 회음부 절개를 웬만하면 하지 않아서, 절개는 안 해서, 배큠 하다 찢어진 윗부분만 꿰맸고, 꼼꼼한 의사를 만나서 엄청 열심히 꿰매 준 덕분에 열상이나 이런 것 없었다. 걱정돼서, 좌욕기도 미리 사뒀는데, 별로 아프지 않아서 쓸 일도 없었고, 복부를 열었을 때 썩션을 많이 해줘서, 오로도 생각보다 철철 흘러넘치지 않았다. 

누구 말로는 막 거의 기저귀를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철철 나온다던데, 난 처음 일주일 정도만 월경이 가장 심한 날?처럼 나왔다. 

제왕절개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수술하느라 맞았던 수액 때문에 온몸이 엄청나게 띵띵 부어있었다. 이틀 동안 4리터 넘게 맞고, 수술 도중에도 엄청 맞았으니.. 이게 얼마나 심한 정도냐면, 발이 원래보다 한 4배의 두께로 부어서, 심지어 챙겨간 슬리퍼에도 들어가지 않아서, 남편 슬리퍼를 신고 퇴원해야 할 정도이다. 배도 가스 팽만 때문에, 진짜 한 임신 7개월 정도의 사이즈이고, 속도 엄청 더부룩해서 밥을 먹기가 엄청 힘들었다. 배변활동도 힘들고, 소변줄도 수술하고 24시간이나 지나서야 제거해줬다. 

이 부은 몸을 가지고, 최대한 일어나서 걸어 다녀야 하는데, 임신 말기보다 더 뒤뚱뒤뚱 걷게 되고, 엄청나게 숨이 차다. 

땀도 엄청난다.. 밤마다 진짜 잠옷이 다 젖을 정도로 나는데, 낮에는 엄마의 등살에 집이 거의 27도 이런데도 선풍기 에어컨도 못 틀게 해서 땀나고, 밤에는 잘 때 식은땀 나고.. 이게 부기를 빼려고 몸에서 수분 배출을 한다는 건데 

Pixabay 로부터 입수된  Rudy and Peter Skitterians 님의 이미지 입니다.

진짜 물과의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붇기 빼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고, 붇기 빼려고 그냥 물도 엄청 마시고, 팥물도 마시고, 호박죽도 먹고 그러니 한 2주쯤 되니까 10킬로 정도가 빠지고 그 후에는 좀 더 천천히 빠지더라.. 그래도 마지막 키로는 아직도 안 빠지고 있음. 

다들 걱정하는 수술부위 통증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는데, 기침할 때나 웃을 때는 좀 아프고 찢어질 거 같은 느낌 들었는데, 타이레놀이랑 이부프로펜 꼬박꼬박 먹어주면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는 엄청 간지러워서, 자는 동안 긁지 않도록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야 함.. 

그리고 4주에서 6주 사이에 산부인과 의사를 다시 만나서 수술 부위 감염 여부 확인받고, 출혈이나 이런 거 체크한다. 이때 캐나다에선 피임 여부를 상담하게 되는데, 아무리 모유수유 중이라도 임신 가능성은 있으니 꼭 하라고 한다. 

다들 제왕절개 하면 회복이 더디다고 하던데.. 자연분만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처음 1주는 엄청 불편하고, 그 후에는 점차 내 몸을 가눌 수 있게 돼서, 살만해졌다. 

난 회복은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모유 수유하기까지가 힘들어서, 더 힘들게 느껴졌을지도.. 자연분만은 몸이 이렇게 붇지 않으니, 덜 힘든 걸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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