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사는 이야기

출산 후기: 그렇게 긴 여정이여만 했나 Part 1

sofi 2021. 7. 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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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여정인데, 진짜 난 의사도 인정한 역대급 출산 경험이라고 했다.

일단, 35주 5일 차, 출산휴가 시작을 일주일 남긴 금요일 아침, 좀 피곤하고 배가 뭉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도 일단 할 일이 많았기에 일을 하고 있는데, 점점 진통이 심해지고, 속도 별로 안 좋은 느낌? 그래도 일단 바쁘니까, 계속 일은 하는데... 점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말하기 힘들 정도로 아파서, 이거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일단 조금만 일하면 퇴근하니까 참아 보자 하면서 일하고 있는데, 다들 괜찮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full term에서 몇 주 모자라기에, 설마 지금 나오지는 않겠지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Peace Arch Maternity Ward에 전화했더니, 일단 한번 와서 보자고 해서, 때마침 봄 방학인 남편을 호출해서 병원으로 갔다. 걱정하는 동료들에게, 이따가 봐!라고 했다가 오늘 다시 오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래서 그럼 월요일 다시 올게 하고 나름 웃으면서 병원에 갔다.

다행히 내가 병원은 일하는 곳에서 5분 정도밖에 멀지 않았고, 난 검사만 하고 금방 나오겠지 하면서 아픈 배를 움켜쥐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registration을 하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난 아프지만 아직 살만했으므로, 나름 천천히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날 보더니, 못 봤다고 미안하다고 빨리 해주겠다고 하고 COVID Screening까지 하고, 병동으로 향했다.

일단 소변 검사하고, TOCO를 달고 우리 튼튼이 상태와 진통을 재고 있는데, 의사가 내진하러 오더니, 경부가 부드러워지고 짧아졌다고, 아이가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주수가 다 안 돼서, 여기서는 입원할 수 없고, (Peace Arch는 36주부터 출산 가능한데, 난 딱 3일 모자랐다) 근처 병원 중에 자리 있는 곳을 알아 봐주겠다고. 그리고 진행한 COVID Test Swab... 그리고 IV 라인 따고, 수요일 한 Group B Strep 검사 결과가 안 나와서 항생제도 맞았다..

그런데 튼튼이는 TOCO 단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지, 그 부분을 자꾸 쿡쿡 쳐대서, 진통이 아닌데도 진통으로 잡혀서, 간호사들이 의아해했다. 그래도 내가 살이 별로 찌지 않아서, 진통 부위가 만져진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튼튼이가 차서 아플 때 내가 심호흡하면, 다른 간호사가 올 때마다 진통 왔어? 왔는데 왜 이야기 안 해? 할 때마다 설명해줘야 했다.. 하아.. 열심히 관리해서 다행인가..?

난 진짜 조산이라는 옵션은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출산 가방 조차 싸 두지 않았는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진짜, 띵했다. 그래서 병원에서 병실 있는 다른 곳을 알아보는 와중 난 남편에게 집에 가서, 미리 써둔 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대충 챙기고 있으라고 했고, 병원이 결정되면 알려 주겠다고 했다.

난 우리가 알아서 가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넌 앰뷸런스 타고 갈 거라고... 그리고는 가는 도중 혹시 아기가 나올까 봐 내진을 한번 더 했는데, 그 사이에 1cm로 열렸다...

이걸 듣는 순간 급 패닉 모드.. 진짜 오늘은 낳고 싶지 않다고 ㅠㅠ 내가 조산이라니!! 이러면서도 설마 나오겠어 이런 생각도 하면서, 실려갔다.. 심지어 가까운 병원은 병실이 없어서 Burnaby Hospital까지 가야 한다고..

가는 내내, 구급대원과 수다 떨며, 최대한 진통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하며 한 40분?? 가까이 걸려서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앰뷸런스 뒷좌석에서 아이 낳고 싶지 않다고 말하니까, 자기도 오늘 아이를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던 유쾌한 구급대원 덕분에 너무 힘들지 않게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난 고맙다고 했고, 구급대원들도 오늘 아이 안 받아도 돼서 고맙다고, 좋은 일만 있길 빈다 해줬다.

그리고 내가 도착하고 나서 멀지 않아 남편이 도착했는데, 네 와이프 잘 도착해서 저기 있다고 같은 구급대원들이 길을 알려줬다고 했다. ㅎㅎ 남편 본 적도 없을 텐데, 아마 짐가방 들고 급하게 보이는 동양인 남자가 당연히 나의 남편이라고 생각한 걸까?? ㅎㅎ

아무튼 거기서 입원해서, 또 내진, 그리고는 진통제 맞으면 진통 초기에는 진행이 느려지거나 멈출 수 있다고 해서, 일단 맞아 보기로 해서 한 5시쯤 맞고, 진짜 새벽까지 꾸벅꾸벅하다가, 잠 좀 자라고 간호사가 TOCO를 꺼 주었다. 아기는 괜찮은 거 같으니, 혹시 모를 출산을 위해서 최대한 쉬라고 했고, 난 한 30분에서 1시간 뒤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몇 시간 자고 아침에 되어서 일어 났을땐, 진통이 전날보다 훨씬 줄었다는 게 느껴졌다. 어제보다 간격도 불규칙 적이었고, 통증도 이제 그냥 보통 생리통 정도? 약간 의 배뭉침이 동반하긴 했지만, 그래도 35주 5일까지 버텼다는 뿌듯함? 그리고 하루 종일 출근 뒤에 씻지도 못하고 있던 나는, 이제 슬슬 퇴원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지만, 의사는 그래도 아직은 조산인 주수 임으로, 진통이 아예 없을 때까지 퇴원 못한다고.. 그래도 일반 병실로 바꿔는 준다고 해서, 거기선 좀 더 편히 쉴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진짜 엄청난 스피드로 짐을 후다닥 싸버리고, 대기 탔다.

우리 남편은 옆에 있는 간의 소파에서도 잘 잤지만, 내 침대가 부러웠나 보다. 누워보겠다고 하고는 사진 찍으라고 ㅎㅎ


우리가 사는 지역인 Fraser Health에서 입원을 할 때 병실을 선택할 수 있는데, 기본 병실인 3-4인실은 무료로 제공되지만, 1인 실과 2인실은 따로 요금이 추가되는데..

출처: fraserhealth.ca/rooms

개인실은 $195/day, 2인실은 $165/day이다. 만약에 MSP 외에 Private Insurance가 있다고 하면 (직장이나 학교, 또는 개인으로 들었던 보험) 보험처리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여담으로, 이건 퇴원할 때 정산하는 게 아니고, 집으로 청구서가 오는데, 보험이 있다면 절대 내지 말고, 보험 정보를 기재한 뒤, 무한 기다리면 된다.
이게 보험 처리하는 기간이 엄청 긴 편인데, 기다리지 않고, 먼저 내버리면, 보험회사에서 돌려받는데, 엄청 오래 걸릴 수 있다. (내가 그런 실수를 저질러서, 전화만 한 10통 넘게 하고, 거의 두 달 걸려서 돌려받았다.)
안 내고 기다리면, 병원에서 알아서 연락 온다. 그러니 보험처리가 된다고 확인되면,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보자) 그러면 그냥 정보를 보내고 계속 기다리자.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보험처리가 되고, 또 이 코로나 사태에 다른 사람들과 하루 종일 병실을 쓰는 건 좀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개인실을 받았는데, 진짜 병실에 별거 없다.. 그래도 개인 화장실과 미니 냉장고 그리고 환자용 침대가 두 개 있고, 꽤 넓어서 슬슬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

물은 복도에 정수기가 있는데, 뜨거운 물도 나왔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건 컵라면 가져올걸.. 했는데 다음에 Langley에 갔을 때는 없었으므로, 아마 병원마다 다른 거 같았다. (하지만 Langley에서는 일반병실 아니고 그냥 분만실에서 있다가 퇴원했다)

병원 밥은.. 음 난 싱거운 음식도 아주 잘 먹는 편이라, 먹을만했는데... 음 뭔가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별로일 거 맛과, 정말 대충 만든 거 같아 보여서, 먹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병원에서 제공 받았던, 아침과 점심

심지어 식단도 request 할수 있는데, 난 글루텐프리 식단을 요청했고, 그래서 인지 더 간소화 된 메뉴를 받은거 같다!

그리고 환자만 식사 제공이고, 보호자는 식사 제공이 안되기 때문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Burnaby Hospital에는 Tim Hortons가 있는데, 일찍 닫고, COVID 때문인지 아니면 주말이여서 인지, 구내식당은 영업을 안 했다. 하지만 병원으로 음식 배달은 가능하다고 알려준 간호사 덕분에 남편은 치킨 배달시켜먹었다. 물론 사러 나갔다 와도 되는데, 그때 한창 코로나 백신을 투여하는 중이어서, 주차장이 아주 혼잡했다. 그리고 10시쯤 이후에는 Main Entrance가 닫음으로, Emergeny Entrance로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리고 크나큰 문제는! 이쪽 병동은 WIFI가 안 터져!!! 심지어 책도 안 들고 갔는데!! 참 심심하게 하루를 보냈는데, 덕분에 낮잠도 많이 잘 수 있었다. 새벽에는, 옆 병실 아기가 너무 슬프게 엉엉 울어서 자꾸 잠이 깨 버렸다. 그런데 남편인지 하는 보호자가 진짜, 낮에는 계속 통화만 하고, 새벽에 아기 울 때마다 짜증을 얼마나 내던지, 아기 엄마가 너무 불쌍했다. 뭐 다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무료한 하루를 더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이제는 진짜 집에 가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다. 그래서 아침에 간호사가 오자마자, 나 이제 안 아픈데, 퇴원해도 되겠냐고!! (이때쯤 진통도 거의 없었고, 배 뭉침도 거의 없어졌다) 물어봤고, 친절한 간호사 언니는 (언니가 아닐 수도 있지만) 자기가 TOCO랑 아기 심박수 체크하고, 담당의가 출근하자마자 물어보겠다고 해줬다.
그리고 아침 11시, 병원 간 지 50시간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물론, 일하러 돌아가지 않겠다는 약속과, 적어도 만삭이 되는 37주까지는, 최대한 누워서 쉬라는 당부와 함께!!!

신나게 퇴원하면서, 어떻게는 38주 까지는 버텨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때의 난, 내게 어떤 미래가 닥칠지 정말 상상도 못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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