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사는 이야기

임신 후기: 산 넘어 산 이로세

sofi 2021. 6. 2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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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들을 둘이나 출산한 사촌언니는, 막상 출산은 다시 할 수 있겠는데, 입덧은 너무 힘들었다고..

이미 각오한 바가 있었지만,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초반은 진짜 폭풍 입덧… 심지어 날씨도 더워서 더 힘들었다… 항상 메스껍고, 냄새에 엄청 민감해졌으며, 열심히 먹을 수 있을만한 것을 찾아서 먹긴 했는데, 대부분 토해 버렸다… 특히 아침에 심했지만, 저녁이라고 예외는 없었고, 일하는 중간중간도 가끔 달려가서 게워 내기 일쑤였다…

가끔은 그냥 물만 마셔도 토해서, 최대한 시원한 물을 마셨고, (차가운 물이 덜 비린맛?? 이 나는 거 같아서) 아니면 탄산수?? 를 마셨다.

임신 초반 한 8주 동안 거의 내 주식이었던 페리에.. 그것도 레몬이나 라임향만 가능하고 자몽향이나 오리지널은 못 마시겠더라….

그래서 한 12주 차 까지는 정말 겨우 겨우 먹고, 토하고, 진짜 배고픈 줄 모르고 지냈다…. 계속 같은 것만 먹고, 진짜 가끔 맵고 짭짤한 게 당기는 날이 있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진짜 토스트에 땅콩버터와 블루베리 잼?? 만 먹었던 듯…

 


심지어 초반에 남편이랑 마셔도 되네 마네 했던 나의 사랑 커피 조차 역겨워서 못 마시겠더라… (이걸 보는 다른 산모님들, 커피 일부러 참지 마세요.. 하루에 에스프레소 3잔 정도는 괜찮아요 — 스타벅스 그란데 아메리카노 정도?? 의사한테 물어봤다가 내 대신 격분해줘서 너무 유쾌했다. 자기도 남편이랑 싸웠다나 ㅎㅎㅎ 정말 유쾌하고 귀여운 의사였다)

그래서 아마 한 3킬로 빠졌나?? 그래서 초반에 살이 안 쪄서 엄청 걱정했는데… 아 이때 많이 빼 둬야 했어.. 나중에는 진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더라…

그리고 복용하는 약을 줄이면서 나타난 부작용인지 아님 그냥 임신 증상인지 모르겠지만, 끊임없는 두통에도 시달렸다…. 그리고 약을 끊은 지 한 3일 되는 날 밤… 너무 아파서 잠에서 깨서,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속도 안 좋은데 온몸의 관절이 터질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라곤 소리 죽여 울 뿐이었다…
남편은 응급실이라도 가자고 했지만, 난 그들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진짜 웅크리고 그 고통을 감내하기로 했다…
그렇게 꼬박 날을 새고, 결심했다, 그냥 계속 약을 복용하기로.

물론 이 결심을 하기 까지, 공부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임신한 것을 알자마자, 난 나의 전공을 살려서 구할 수 있는 논문이나 사례연구를 닥치는 대로 찾아보았다.
하지만 비교적 새 약이기도 하고, 임산부 임상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고통을 감내하는 와중에 태아에게 미칠 스트레스보다는 나을 거 같았어…

일단 극도한 스트레스는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 거 같았기 때문이고, 의사도 동의했다.
일단 내가 움직일 수는 있어야, 이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 거 아닌가..
그렇게 복용하던 약을 끊어내지 못하고, 입덧 약도 달고 살며, 임신 초기를 겨우 겨우 보내고 맞이한 중반기는 그래도 훨씬 살 거 같았다!!

물론 입덧이 없어지진 않았다…. 대부분 초반에 없어진다던데, 나에겐 그런 행운이란 없었지만! 그래도 훨씬 살만 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늘어나고, 구토 횟수도 줄었는데.. 왜 인지 모르게 아침에 양치만 하면 모든 걸 게워 내서 결국 아침에 일어 나서 빈속에 양치를 하고 밥을 먹는걸 꽤 오랫동안 했다.

중기는 진짜 무난하게 넘어 나 했다. 집에서 틈틈이 요가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하지만 배가 나오면서 슬슬 산모를 위한 요가로 바꾸긴 해야 했지만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좋았던 점은, 임부복이 거의 필요 없었다! 딱히 나갈 때도 없고, 집 일 집 일 무한 반복 패턴이었던 나는, 그냥 수유용 드레스 두 벌, 일할 때 입을 바지 한벌 나머지는 주위에서 준 임부복으로 출산까지 버텼다! 심지어 속옷도 따로 살필 요 없었는데, 이건 출산하고 나니까 필요 하긴 하더라.. 확실히 젖이 돌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더 커짐.

개인적으로 잘 입고 있는 건

출처: chapters.indigo.ca

브라바도 수유 브라! 컵이 없고 얇고 통풍도 잘돼서 여름에도 입고 있기 편했다. 가끔 스포츠 브라탑처럼 집에선 상의는 저것만 입고 있기도..
발레 라인은 편하긴 한데, 수유할 때 어깨 끈을 내리는 형식으로 열 수 있게 좀 불편? 가슴을 그냥 꺼내기엔 난 사이즈가 조금 타이트했다.

본문이 좀 옆으로 샜는데 아무튼, 그렇게 중기를 보내다 다시 만난 우리 튼튼이


엄청 쑥쑥 잘 커주시고 있었고, 벌써부터 머리카락이 보인다고 이야기 해주심!!! 하지만 신장 쪽이 이상이 보인다면서 더 큰 병원 가보라고 referral 해주셨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거이 직전에 BC Women’s에 가게 되었다.. 아마 이것도 따로 쓰는 게 좋을 거 같은 이야기인데, 정말 마음고생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론 뭐 다 잘 됐다.

그리고 임신 중반기에 제일 무시무시 한건, 바로 임당 검사.. 처음에는 안 굶고 가도 되는 1 hour glucose tolerance test인데, 설탕 50그램짜리 시럽 마시고, 한 시간 뒤에 채혈했는데, normal range는 4.4 - 7.7 mmol/L인데, 난 딱 7.8 나왔다... OTL 그래서 2 hour glucose test 하러 가라고, 그다음 날 바로 전화 왔다.. 진짜 작지만 그래서 그런지 Peace Arch Maternity Clinic 일은 정말 엄청 빨리 해줬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전화 상담이 가능해서 그랬을지도. 

아무튼 그래서 눈이 가득히 쌓인 날, 2 hour glucose test 하러 감... 심지어 코로나 때문에, 빌딩 안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차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굶고 가서 혈액 채취, 그리고 75그램짜리 병을 마시고, 1시간 뒤와 2시간 뒤에 혈액 채취.. 

출처: https://www.cryo-cell.com/

저렇게 생긴 병을 5분 안에 다 마셔야 한다. 심지어 타이머도 준다.. 그나마 차갑게 줘서 좀 덜 달게 느껴지는 그래도 엄청 달아서 먹기 힘들다. 한 번도 힘들었는데, 두 번째는 심지어 더 달다.. 나의 하루 설탕 섭취량을 이렇게 써야 한다니 진짜 너무 아쉽.. 

진짜 이번엔 만만에 준비를 해서 이불도 챙겨 갔다.. 차에서 너무 추웠다.. 그리고 다행히 셋다 패스! 셋 중 두 개만 정상범위여도 패스인데, 난 셋다 패스! 참고로 BC주에서는 정산 범위가 fasting 은 3.3 - 5.0, 1 hour 은 3.3. - 9.9, 2 hour 은 3.3 - 8.4 mmol/L이다.

아마 저번에는 전날 생각 없이 쌀밥 먹고, 아침에 거의 안 먹고 가서 혈당이 올랐었던 거 같고, 이번에는 저녁에는 닭가슴살 샐러드 먹고 며칠 좀 생각하면서 먹어서 그런 거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좀 작작 먹기로 했다. (크리스마스라고 단걸 좀 많이 먹긴 했다.. 그리고 한동안 마카롱에 꽂혀서 종류별로, 꽤 자주 먹었다) 

임신 후반은 몸도 많이 무거워져서 허리가 진짜 너무 아팠다.
하루 종일 서서 하는 근무가 힘에 붙이기 시작했고, 결국 반으로 줄였다.. 그래서 오래 버틴 걸 지도.

몸무게는 꽤 꾸준히 증가했는데, 육안으로 보기엔 진짜 배만 나와서, 뒤에서 보면 임신했는지 모르겠다고 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마지막 일주일 급 살이 쪄서 내가 계획했던 거보다 증량해버리고 말았다.

53킬로로 시작해서 38주 까지는 63킬로였다, 막판에 아이 나올 때 67킬로.. 막판 1-2주에 4킬로….

그래도 꾸준히 걷고, 스트레칭도 하고 식이 조절하면서 막달을 보냈다.
막달은 진짜 계속 병원 다니고, 산책하고 책 읽고 그렇게 보낸 거 같다..
손목도 너무 아프고 손가락도 아파서, 태교로 시작한 뜨개질도 다 못하고, 닌텐도도 진짜 거의 건들 수 없을 정도?
출산 준비로 뼈가 벌어져서 그런가 진짜 가끔 전화기 들기 힘들 정도로 아파서, 심심하게 말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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